뇌 안의 또 다른 눈 ‘마음의 눈’
우리의 두 눈은 쳐다보는 피사체의 정보를 뇌로 전달해 준다. 이것을 의학적으로 설명하면 눈의 구조물인 망막에 영상이 맺히고 이 영상 정보가 시각 경로를 통해 뇌의 가장 뒤에 있는 후두엽이라는 1차 시각 중추에 전달된다.
이렇게 전달된 시각 정보는 기본적인 모습 그대로인데 후두엽보다 좀 더 앞에 있는 뇌의 구조물인 두정엽이나 측두엽으로 전달되면서 입체감이나 색상, 영상에 대한 좋은 감정 혹은 나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을 때 혹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보게 되었을 때, 상대방의 얼굴이 눈을 통해 뇌에 전달되고 좋은 감정 혹은 싫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순간 뇌에서 느낀 감정은 본인 얼굴에 나타나는데 좋거나 싫은 느낌이 얼굴에 잘 나타나는 사람도 있고 이런 감정 표현을 잘 표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우리 뇌에서는 이런 시각 정보에 대한 감정적인 변화와 함께 이런 감정 변화를 숨기려는 제어 시스템도 활성화가 된다. 이때 뇌의 변화를 볼 수 있는 방법으로 기능성 MRI가 있다.
본래 MRI라는 자기공명영상 장비는 뇌의 구조적인 이상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진단기기로 많이 사용되는데 최근에는 기능성 MRI라는 기술을 이용해 뇌 각 부위별로 기능의 변화까지도 알아낼 수 있다.
기쁜 얼굴, 슬픈 얼굴, 놀란 얼굴, 화난 얼굴과 같은 다양한 표정의 얼굴을 접했을 경우, 후두엽 이외에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나 기억을 담당하는 측두엽, 그리고 감정 표현을 제어하는 전두엽 등 뇌 여러 곳에 활성 변화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3D TV를 통해 입체감이 있는 3차원 영상을 볼 수 있는 것도 우리의 두 눈과 두 눈에서 전달된 시각 정보를 3차원으로 재구성해 인지할 수 있게 해주는 뇌의 기능 때문에 가능하다.
볼링을 치기 위해 멀리 서있는 볼링핀을 바라봤을 때, 만약 왼쪽 눈이 본 시각 정보와 오른쪽 눈이 본 시각 정보가 뇌 안에서 서로 다르게 느껴진다면 제대로 볼링핀을 맞출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 뇌는 양쪽 눈에서 인지된 시각정보를 바탕으로 볼링핀을 입체적인 물질로 감지함으로써 하나의 물체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에 입체감을 느끼게 해주고 사람 얼굴을 보면서 상대방의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며 동시에 내가 보는 것에 대한 나의 느낌을 만들 수 있는 것이 뇌 안에 있는 또 다른 눈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런 기능을 담당하는 뇌에 병이 생기면 사물의 입체감도 못 느끼고 사랑하는 사람을 보아도 좋은 느낌을 갖지 못하고 훌륭한 미술품을 보아도 감동조차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바쁘고 힘든 일상 속에서도 뇌가 쉴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과 함께 삶의 여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친한 친구나 가족들의 밝은 모습을 본다거나 즐거운 추억이 담긴 옛 사진이나 감동적인 영화를 보는 것도 뇌 안의 마음의 눈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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