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오면 만물이 소생하고, 봄꽃의 향연으로 식욕이 충만해지는 계절이다. 뉴질랜드는 사람과 계절, 장소를 연결해 주는 마오리족의 전통문화가 살아 숨을 쉰다. 마오리족 풍속 중에 음식과 환대는 자신들의 고유한 삶의 방식으로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문화적인 유산이다. 청정 자연환경이 만들어 낸 소비뇽 블랑 화이트 와인부터 피노 누아 레드 와인까지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마오리족의 음식도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그래서 식욕이 충만해지면 가장 먼저 떠오른 와인은 자연의 싱그러운 향기가 가득한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와인이다.
지난해 4월, 봄의 향연이 절정을 이룰 때 뉴질랜드 와인 투어를 갔다. 여러 와이너리를 방문했지만, 토후(Tohu) 와이너리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마오리족 4000명이 소유하고 있는 광활한 포도밭, 산림이 우거진 곳에서 외롭게 와인을 생산하고 있었다.
와이너리 입구에 들어서자 마오리족의 상징인 나무 조각상이 우리 일행을 반겼다.
야외 테라스 잔디밭에 소비뇽 블랑 와인을 시음하면서 바라보는 저녁노을의 전망은 아름답다 못해 감격적이었다. 작은 규모의 건물은 아주 세련되고 깨끗했다. 토후 와이너리에서 수석 와인 양조가 브루스 테일러 외에 2분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뉴질랜드에서 마오리족이 운영하는 몇 개의 와이너리가 있지만, 그중에 토후 와인은 마오리족의 영혼이 깊숙이 숨어 있다. 토후 와이너리는 남섬 상단의 테 타우이후에 본사를 둔 대가족 소유의 마오리 회사인 코노(Kono)의 계열사다. 토후 와이너리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오래됐고, 세계 최초의 마오리 소유 와인 브랜드로 인정받았다. 1998년 토착 주민인 마오리족이 거주했던 땅을 찾아서 와카투 인코퍼레이션에서 근무하던 야망에 찬 2명이 마오리 문화에 빠져 마오리족을 만나 파트너십으로 시작했다.
4명은 투푸나, 웬우아, 모아나, 카이티아키다. 이들은 농부, 어부, 농장주, 유통공급자였다. 그들은 통찰력이 있었다. 창의적이었고 기업가적인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대대로 물려온 마오리족 조상의 유산을 지키고, 후손들에게 지속할 수 있는 자연환경, 토양을 물려 줄 사명과 책임에 공감했다. 코노의 CEO인 레이첼 타울렐레이는 “와인 회사를 설립한 우리의 비전은 우리의 문화, 이야기, 가치를 전 세계와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2025년 동안 뉴질랜드 지속 가능한 와인 성장 기관(Sustainable Wine growing NZ)에서 친환경 인증서를 받았고, 친환경적인 자연, 토양 등의 지속 가능한 여정을 함께한다.
1998년 세계 최초의 마오리 소유 와인 사업을 시작했다. 첫해 자신의 포도밭에서 생산한 포도, 타인으로부터 구매한 포도로 3200상자를 생산했다. 2002년부터 자체 포도밭에서 생산한 포도만으로 와인을 생산하면서 포도 품질에 노력을 기울였다.
2002년 말보로(Marlborough)의 아와테라 밸리(Awatere Valley)에 첫 포도밭을 개간해 포도나무를 심었고, 2005년 넬슨(Nelson) 외곽의 모우테라(Moutere) 지역에 포도밭을 개간한 후에 포도나무를 심었다.
2012년 말보로의 아와테라 밸리에 처음 와이너리를 설립하고 건축하면서 와인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고, 창사 처음으로 포도나무에서 포도를 수확하고 양조, 병입까지 철저한 와인 품질관리를 할 수 있었다.
현재 와이너리에서는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샤르도네(Chardonnay), 리슬링(Riesling), 피노 블랑(Pinot Blanc), 알바리오(Albarino), 피노 누아(Pinot Noir)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마오리족의 우수성, 보호, 친절을 의미하는 랑가티라탕가(rangatiratanga), 카이티아키탕가(kaitiakitanga), 마나키탕가(manaakitanga)는 마오리족의 토착 언어로 전통적인 가치에 충실한 것으로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소중히 하는 문화다. 모든 토후 유리병에는 코루 패턴에서 파생된 독특한 로고가 있다. 마오리족에 코루는 성장, 생명, 자연 세계를 상징한다.
로고는 상징적인 나선형으로 마오리족의 긴 역사를 담았듯이 토후 와이너리의 무한한 성장과 함께 과거에서 오늘날까지의 마오리족의 여정을 나타냈다. 이 코루는 장기적으로 세대 간의 공통으로 공유하는 자연과 사람의 소중한 가치를 목표로 토후 브랜드로 빛을 보게 됐다.
2008년 현대적이고 마오리족의 전통과 경영 목표에 맞도록 와인 양조를 추진해 오면서 새로운 변화를 불러온 획기적인 일은 수석 와인 양조가 브루스 테일러의 합류였다. 뉴질랜드에서 뛰어난 양조 재능으로 명성을 얻고 있었던 브루스 테일러는 20대 후반에 북미와 남미를 배낭 여행하면서 와인 세계에 많은 흥미를 갖게 됐다.
그는 칠레, 아르헨티나, 미국 캘리포니아, 캐나다 등의 많은 와인 산지를 방문하면서 와인 양조가의 길을 택했다. 그는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에게 가장 소중하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새로운 와인 양조 도전을 시작했다.
그로 인해 2010년 토후 말보로 소비뇽 블랑 2010(Thou Marlborough Sauvignon Blanc 2010)은 뉴질랜드 와인 셀러 품평회(New Zealand Wine Cellars)에서 첫 번째 트로피를 수상했다. 그리고 국적기인 뉴질랜드 항공사에서 기내 와인으로 선정됐다.
2018년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뉴질랜드 오클랜드를 공식방문하고 만찬 할 때 토후 싱글 빈야드 말보로 소비뇽 블랑 2017(Tohu Single Vineyard Marlborough Sauvignon Blanc 2017)은 공식 와인으로 선정됐다. 2023년 토후 아와테라 밸리 소비뇽 블랑 2022(Tohu Awatere Valley Sauvignon Blanc 2022)은 말보로 와인 쇼에서 금상을 받았다. 마오리족 와인의 대명사, 토후 와인은 호주, 미국, 영국, 유럽, 홍콩, 싱가포르, 한국, 일본, 중국 등에 수출한다.
필자는 다양한 종류의 8개 와인을 시음했다. 토후 아와테라 밸리 소비뇽 블랑 2023이 인상적이었다. 색상은 연한 황금색을 띠면서 매우 매력적이었다. 아로마는 청사과, 시트러스, 레몬, 라임, 허브, 황도, 구스베리, 미네랄 향이 올라온다. 마셔보면 상쾌하고 깔끔한 과실의 산도가 좋다. 달콤한 열대 과일, 다채로운 과일의 풍미가 올라오고 질감이 좋으며 균형감이 매우 뛰어나다. 음식과 조화는 스시, 해산물, 생선회, 닭고기, 베트남 요리, 족발 등과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