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만 안 났어도 100개는 안치는데···., ‘입스 때문에 퍼팅을 망쳤어.’ 등과 같은 이야기는 골프하다가 슬럼프에 빠지는 아마추어골퍼의 전형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OB도 골프이고, 입스도 골프의 한 카테고리라고 볼 수 있겠다. 즉, 슬럼프도 골프이다. 골프를 인생에 비유하듯 슬럼프를 격어 나가는 과정과 이겨 나가는 멘털이 자신의 골프가 영글고 업그레이드된다는 것은 많은 전설적인 프로골퍼의 에피소드나 올드골퍼의 무용담만 봐도 느낄 수 있다. 이 시간에는 골프를 하다가 누구나 한 번쯤 빠지게 되는 슬럼프에 관한 이야기이다. SBS골프아카데미와 골프유튜버 ‘레슨왕아름이’로 활동 중인 황아름 프로와 함께 이야기해 본다.
갑자기 골프가 안 될 때
어제까지도 잘되던 스윙이 안 되거나, 이상하게 그립에 이물감이 심하게 느껴지거나, 골프클럽이 무겁게 느껴지면서 어깨가 뭉치는 느낌과 같이 갑자기 골프가 안 될 때는 이러한 사항을 체크해보자. 우선 손이 붓거나 그립의 형태가 변경됐는지를 체크한다.
그립의 변형과 손의 부기는 백스윙의 모션을 기본부터 바꾸어 버리는 핵심 요소다. 다음으로 볼의 (놓여 있는) 위치를 확인하자. 너무 오른쪽에 있다면 탑핑을, 너무 왼쪽일 경우 뒤땅을 유도하게 된다. 이 두 가지가 어드레스를 체크하는 사항이라면 다음은 볼의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스윙 궤도를 체크해본다. 머리를 고정해(헤드업), 심한 ‘아웃-인＇이나 ‘인-아웃＇을 지향하게 하면서 하프스윙으로 볼이 지나가는 경로를 육안으로 확인해 본다.
입스를 바라보는 관점
배우 이병헌 주연의 유명한 영화 ‘달콤한 인생’에는 이러한 대사가 나온다. 어느 맑은 봄날, 바람에 휘날리는 버드나무 가지를 보며 제자가 말했다. “스승님, 저기 저 흔들리는 것이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입니까. 아니면 바람이 흔들리는 것입니까.” 스승은 웃으며 말했다. “무릇, 흔들리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닌, 네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다.”
이처럼 입스를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입스 현상을 ‘번아웃’이나 ‘무기력’ 상태와 같이 마인드를 전문적으로 분석할 때가 많지만, 프로골퍼가 대상일 뿐 아마골퍼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피로가 쌓여 집중력이 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습 부족이 다음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스윙적인 문제가 많으니 동떨어진 곳에서 문제를 찾지 말고, 집중적인 레슨을 받는다든지 컨디션 조절과 골프클럽을 점검하는 등과 같은 기본을 먼저 체크하는 관점을 가져보자.
문제를 외부에서 찾는다.
‘고수(高手)는 무기를 가리지 않는다’ ‘장인(匠人)은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와 같이 운동이나 업무에 있어 우리는 외부의 요인을 ‘탓’으로 몰아가며 항상 자신에게 문제를 찾으려 하는 경향이 짙다. 소위 예전 한국 축구의 문제는 ‘정신력’이라는 답 안 나오는 이야기처럼 모든 문제의 본질을 감정적으로 해소하려는 해결은 이제 선진국이 된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요인이 스윙이나 멘털과 같은 자기 요인이라면 내가 소지한 골프클럽이라든지, 골프 연습 공간의 상이함과 골프장의 컨디션과 같은 외부의 요인이 슬럼프로 빠지게 하기도 한다. 골프클럽에서도 특히 퍼터와 같이 보관이나 관리를 덜 하게 되는 클럽은 차 트렁크 안에서 부딪혀 헤드 라이각이 틀어진다든지 경우가 많다.
주기적인 점검과 관리를 통해 컨디션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로골퍼들이 골프클럽 관리를 얼마나 하는지 알면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는 놀랄 것이다. 연습 공간 또한 무조건 볼만 때려내는 공간이 아니다. 분위기가 산만하거나 분석이 필요할 때는 요즘은 골프스튜디오 같은 프라이빗한 공간이 많으니 찾아가 보는 것도 좋겠다.
손진호 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