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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고를 통해 바라본 관광 산업의 미래...프랑스
그린고를 통해 바라본 관광 산업의 미래...프랑스
  • 유지선 프랑스특파원
  • 승인 2025.03.3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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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 포용적 여행 문화

 

프랑스는 수많은 관광 스폿과 미식, 볼거리로 넘쳐나는 자타공인 관광 대국이지만, 동시에 관광을 많이 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프랑스인은 1년의 태반을 바캉스를 생각하며 버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여행과 관광,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에 큰 관심을 두는 문화 덕분에 관련 산업 역시 크게 발달해 있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 사이 팬데믹에 이어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으며 지속 가능성과 환경 보호 등 변화를 논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스타트업 기업 그린고(GreenGo)를 통해 프랑스의 관광 산업과 미래 비전을 탐구해 본다.


관광 산업은 (국내외 관광객)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의 약 9.7%를 차지하는 거대한 산업이다. 프랑스 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프랑스에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7800만 명에서 8200만 명 수준이다. 2023년 하계 시즌 관광 수입은 640억~670억 유로(한화 약 91조~95조 원) 사이로 전년도 관광 수입 580억 유로를 갱신했다.

프랑스는 에어비앤비 (Airbnb) 총 수익 기준 두 번째로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으며 약 45억6000만 달러(한화 6조7000억 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집계되는 숙소는 약 2만 개, 에어비앤비 사용자는 약 22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관광 문화에 따라 프랑스는 저명한 여행·관광·라이프스타일 기업들을 배출했다.

대표적으로 여행용 트렁크 제작으로 시작한 루이뷔통, 프랑스의 국책 항공사이자 유럽 대표 항공사인 에어 프랑스, 프랑스 내에서 최고의 럭셔리 관광을 제공하는 관광 에이전시 디럭스 프랑스 등을 꼽을 수 있다.


늘 호황이던 프랑스의 관광 산업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2020년 초 팬데믹을 겪으면서부터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 관광 산업은 큰 변화를 겪었다. 봉쇄 조치로 급격히 감소했던 국제 여행은 2023년이 돼서야 회복됐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13억 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세계를 여행했다. 하지만 이 회복은 단순한 정상 복귀가 아니라 새로운 여행 패턴과 소비자 기대치의 변화로 이어졌다. 초기에는 안전하고 가까운 지역을 선호하는 국내와 지역 여행이 급증했다.

국제 여행이 다시 활성화됐지만, 더 유연하고 개인 맞춤형이며 경험 중심적인 여행에 대한 수요는 장기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화의 가속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추천, 개인 맞춤형 일정, 여행 전 과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이 더욱 중요해졌다.

또 친환경적인 여행 옵션과 숙박시설을 찾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지속 가능성이 관광 산업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관광 산업은 기후 변화의 악화와 경제 침체로 인한 여행 예산 감소라는 이중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현재 관광 산업은 기후 변화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1%를 차지하는데, 이는 패션과 건설 산업보다 높은 수치다. 극한 기후 현상, 상승하는 기온, 생태계 파괴 등으로 인해 일부 관광지가 더는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지속 가능성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 지출 패턴도 변화하고 있다.

여행객들은 여전히 새로운 경험을 원하지만,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면서 저렴한 대안을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예산 친화적인 국내 여행과 가성비 높은 여행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와 기업들은 이러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관광 인프라에 투자하고, 지속 가능한 여행을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러한 글로벌 현황에 따라 프랑스 관광 트렌드에도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1년 설립된 프랑스의 친환경 숙박 플랫폼 그린고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주요한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로컬 및 지속 가능한 여행 관심 증가 

 

프랑스 여행객들은 지역 여행, 자연 친화적인 숙박 시설, 그리고 친환경 여행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팬데믹 당시 증가한 국내 관광 수요는 환경에 대한 인식과 비용 절감의 필요성으로 지속하고 있다.

경험 중심 여행

파리와 같은 대표적인 도시 관광지를 찾는 것보다 숨겨진 명소와 현지 문화를 경험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그린고의 데이터에 따르면 시골 체험과 친환경적인 오두막, 농장 체험 등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여행 기획

전통적인 여행사는 소비자들의 높은 유연성과 맞춤형 서비스를 원하는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행객들은 특정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자신의 관심사, 예산, 지속 가능성 기준에 따라 추천을 받고 싶어 한다.


지속 가능성이 여행 선택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음

그린고의 친환경 점수(EcoScore)는 숙박 시설의 환경적 노력을 강조하는 지표로 자리 잡았다. 이를 통해 여행객들은 숙박 예약 시 탄소 발자국 감소 여부를 중요한 의사 결정 요소로 고려하게 됐다.

그린고는 2021년 설립된 프랑스 기반의 친환경 숙박 플랫폼이다. 부킹닷컴(Booking.com)과 에어비앤비의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자리 잡은 기업이다. 최근 300만 유로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그린고는 로컬 관광을 활성화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방식으로 여행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린고의 창업주 기욤 주프르는 더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소비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그린고는 프랑스 내 1만5000개 이상의 친환경 숙소를 연결하고, 환경적 노력을 평가하는 에코스코어(EcoScore)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숙소뿐만 아니라 이동 수단까지 포함한 올인원 여행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용자의 관심사에 맞춘 검색 기능을 제공한다. 일반 숙소 예약 플랫폼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자연 속 오두막이나 작은 집, 캠프 등 그린고만의 셀렉션이 돋보인다.

여행사처럼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개인 맞춤형 경험을 제공하는 것 또한 특징이다. 경쟁이 심화하고 있지만, 일부 경쟁 업체는 ‘그린워싱’(Greenwashing: 겉으로만 친환경적인 척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고 주프르는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친환경 여행이 더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에너지 절약형 숙소는 일반 숙소보다 운영 비용이 오히려 적고, 인근을 여행하면 교통비도 절감할 수 있다.

그린고 측에서는 실제로 그린고 이용자의 여행은 평균 프랑스 관광객보다 탄소 배출이 6배 낮다는 통계가 있다. 2023년 기준 그린고는 10만 건 이상의 숙박 예약을 기록했으며, 앞으로 기술 개발과 마케팅에 투자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고자 한다고 발표했다. 또 SNCF(프랑스 국영철도), 친환경 여행 인플루언서와 협력해 저탄소 여행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에 있다.


그린고는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여행 욕구와 책임감 있는 소비를 조화롭게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인원 친환경 여행 플랫폼

 

그린고는 숙박 예약뿐만 아니라 저탄소 교통 옵션, AI 기반 여행 추천을 포함한 다기능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 교통 비교 도구를 도입해 여행 비용, 소요 시간, CO2 배출량을 분석해 여행자들이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돕고 있다.

지속 가능성 인식 확대·영향력 강화

SNCF 및 친환경 인플루언서들과 협력해 저탄소 여행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여행이 더 저렴하고 제한적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친환경 정책 개선을 위한 노력

그린고는 항공 연료에 대한 높은 과세, 고속철도망 확장, 친환경 숙박 시설에 대한 인센티브 등 친환경 관광을 장려하는 정책을 지지한다. 주프르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여행 방식에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통해 친환경 인프라 개발을 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속 가능한 여행의 대중화 

그린고의 장기 목표는 친환경 관광을 소수의 선택이 아니라 대중적인 표준으로 만드는 것이다. 추후 기술 개발을 가속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며 저탄소 여행의 주류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관광 산업은 팬데믹 이후 변화, 기후 위기, 소비자 선호도의 진화라는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그린고와 같은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여행이 단순히 가능할 뿐만 아니라 관광 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는 데 필수라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디지털화, 맞춤형 서비스, 그리고 책임 있는 여행 수요를 수용함으로써 미래의 여행은 더욱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면서도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 관광 산업이 계속 진화하는 가운데 기업, 정책 결정자, 그리고 여행객들은 함께 지속 가능하고 포용적인 여행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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