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도입이 고령화와 노동 공급 감소로 인한 성장 둔화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리치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한국은행은 ‘BOK이슈노트: AI와 한국 경제’에서 AI 도입 시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1.1~3.2%, GDP를 4.2~12.6%가량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도입은 특히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에서 중요한 경제적 의미를 지닌다. 한국은 노동력 부족, 생산성 둔화, 의료 및 연금 시스템에 대한 부담 증가 등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AI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인간의 노동력을 보완하고 생산성을 증대하며 의료 서비스 개선과 노인 돌봄에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AI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 대체, 소득 감소, 불평등 심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고령층 등 취약계층이 직면할 위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은 주요 반도체 생산국으로서 AI 기술 발전에 있어 글로벌 선도적 위치에 있다. 한국은 글로벌 혁신 지수에서 상위권을 기록하며 세계적인 기술 기업과 반도체 제조업체들을 보유하고 있다.
AI는 대량의 데이터 처리와 고성능 칩의 수요 증가를 유발하며,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AI 관련 칩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한국은 전 세계 반도체 수출의 약 23%를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AI 붐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기술적 복잡성, 글로벌 경쟁 심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도전 과제 또한 존재한다”고 했다.
국내 기업의 AI 도입률은 2017년 1.4%에서 2022년 4.3%로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기업의 규모, 연령, 산업과 관계없이 다양한 유형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대기업, 신생 기업, 기술 중심 기업에서 두드러진다.
AI 도입률은 자산 규모 상위 25%에 해당하는 대기업, 설립된 지 5년 미만인 신생 기업, 특허를 보유하거나 기술 탐색에 적극적인 기업에서 높았다. 산업별로는 정보통신업(ICT)의 AI 도입률이 18.0%로 가장 높았다.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4.4%)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AI 도입은 고령화로 인한 성장 저하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은 고령화로 인해 생산 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청년층 전일제 근로자 비중이 축소하고 있지만, 고령층의 시간제 근로자 비중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이는 전체 노동 투입을 감소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UN 인구전망을 기반으로 현재의 성별, 연령별 노동소득분배율과 경제활동참가율 수준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AI 도입이 없다면 2023~2050년 동안 한국의 GDP는 16.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AI 도입은 이러한 감소 폭을 5.9%로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AI 기술의 도입은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생산성을 증대할 중요한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며 “분석 결과, AI가 노동력을 보완하고 전반적인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시나리오에서는 총요소생산성이 3.2%, GDP가 12.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고령화로 인한 성장 둔화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한국은 글로벌 AI 붐의 중심에서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국으로서 반도체 수출이 2030년까지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AI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 효과는 모든 기업에 보편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대기업과 업력이 높은 기업에서만 유의미한 성과를 보인다고 했다. 이는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AI 도입으로 더욱 심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불균형은 중소기업이나 신생 기업이 AI 도입의 혜택에서 소외될 가능성을 높이며 정책적 개입이 필요함을 보여준다”며 “AI가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지만, 동시에 약 절반의 일자리(51%)가 AI로 인한 일자리 대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여성, 청년층, 고숙련 및 고소득 집단에 AI는 위기이자 기회가 작용할 수 있다”며 “AI 도입이 노동 수요를 감소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적 역량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이중구조는 근로자의 일자리 전환을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이는 특히 고령층에게 큰 어려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선진국 대비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와 혁신 역량을 보유해 AI 도입에 대한 준비가 잘 된 것으로 평가되지만, 인적자본 활용과 노동시장 정책에서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다”며 “교육 및 재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한편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