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올해 민생경제 회복과 신인도 관리에 힘을 모으고 글로벌 경제 질서 변화와 산업경쟁력 도전요인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이를 위해 상반기에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집행해 민생지원 체감도를 높이고, 총 18조 원 규모의 공공부문 가용 재원을 동원해 경기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리치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2일 ‘2025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기재부는 우리 경제 여건이 대외적으로는 고물가·고금리 완화에도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상당하고, 대내적으로는 내수의 완만한 개선이 예상되지만, 수출 증가 속도는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반도체 등 주력업종 경쟁 심화, 미국 통상정책 전환에 따른 하방 요인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는 고물가·고금리 완화 등으로 소비·설비투자 중심의 완만한 개선이 예상되지만, 건설투자는 당분간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고용은 생산연령인구 감소 폭 확대와 경기 흐름 약화 등으로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해 17만 명보다 축소된 12만 명으로 예상했다.
고용률은 여성·고령층 경제활동 참여 확대로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물가는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지난해 2.3%보다 낮은 1.8% 전망하면서도 기상 여건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경상수지는 지난해 900억 달러보다 100억 달러 줄어든 800억 달러로 예상해 수출 증가세 둔화 등으로 흑자 규모는 축소하겠지만, 국제유가 하락이 수입 증가를 제약, 큰 폭의 흑자기조는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우선 정부는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 집행으로 경기 부양에 총력을 다하기로 해다. 올해 상반기 사업 예산 신속 집행률을 역대 최고 수준인 67%까지 높여 지난해보다 약 5조 원 이상 규모의 추가 경기 보강 효과를 달성할 계획이다.
예산 외에도 경기 회복을 위해 18조 원 규모의 재정을 지원한다. 이는 재정 5조 원, 세제 지원 3조 원, 공공기관 투자 5조 원, 민간 투자 2조 원, 정책금융 3조 원이다.
공공기관 투자는 올해 63조5000억 원에서 66조 원 이상으로 2조5000억 원 이상 확대하고, 민간 투자는 최근 5년 평균인 4조3000억 원보다 1조 원가량 초과 집행한다.
건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상반기 70% 이상 집행한다. 특히 역대 최대 규모인 24만여 가구의 공공주택을 착공·공급해 공사 물량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내수 부양 측면에서는 관광 소비 활성화를 위해 최대 3만 원의 비수도권 숙박 쿠폰을 100만 장 배포하고, 단체 관광 중국인에 무비자 입국을 한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아울러 올해 퇴직연금 제도를 대기업부터 소기업까지 단계적으로 전 사업장에 의무화하기로 했다. 불필요한 중도 인출 요건을 강화하고, 세제 혜택을 확대해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게 활 예정이다.
개인연금은 일시금이 아닌 연금 수령 유도를 위해 연금 형태로 종신 수령하면 연금소득세율을 4%에서 3%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주택연금은 저소득층의 가입 활성화를 위해 기초생활보장 제도상 보충 급여 원칙과 상충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저소득층·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해 생계급여, 노인 일자리, 장애인 활동 등 지원도 확대한다. 저소득층의 생계급여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183만4000원에서 195만2000원으로 11만8000원 올리고, 연간 급여액은 2200만 원에서 2341만 원으로 141만 원 늘어난다.
부양의무자 예외 적용이 가능한 소득 기준은 1억 원에서 1억 2000만 원, 재산 기준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완화한다. 노인 일자리는 지난해 103만 개에서 올해 110만 개로 역대 최대 규모로 늘린다. 노후 보장을 위한 기초연금은 월 33만3000원에서 34만4000원으로 1만 원 인상하고, 노인 일자리 등 직접일자리의 90% 이상을 1분기 중 채용할 방침이다. 장애인은 장애인 활동 지원 대상을 12만4000명에서 13만3000명까지 확대한다.
대출 규제 완화
정부는 외환 유입이 촉진될 수 있게 기존의 건전성 규제와 대출 규제를 전반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사의 외화 조달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포지션 한도가 높아진다. 국내은행은 현행 50%에서 75%로 외은지점은 250%에서 375%로 상향된다. 지난해 연말 적용될 예정이었던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에 대한 강화된 규제도 올해 6월로 연기된다.
외국환은행의 국내 거주자(개인·법인) 대상 외화대출의 제한도 완화된다. 중소·중견·대기업의 시설자금은 원화 용도인 경우에도 외화대출이 허용된다.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를 안정화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한다. ‘현지통화직거래제도(LCT)’를 활성화해 무역 거래에서 달러가 아닌 거래상대국 통화결제를 확대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출범한 한국·인도네시아 간의 LCT의 활용도를 높이고 말레이시아 등 주요 아세안 국가와 추가 LCT 체결도 검토하기로 했다. 국민연금도 현재 500억 달러의 외환스와프 한도를 650억 달러까지 확대하고 만기는 지난해 말에서 올해 말까지 연장한다.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금융사의 건전성 제고를 위한 조치는 계획보다 완화해 시행할 방침이다.
한국은행은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외화자금시장에서는 외화RP매입과 외화대출 등이 추진된다.
은행별로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자본적립비율을 최대 2.5%p까지 추가로 더 쌓게 하는 스트레스완충자본 도입을 지난해 말에서 올해 하반기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은행권의 유동성커버리지(LCR) 규제 비율을 97.5%에서 100%로 정상화하는 것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또 한국 경제의 견고한 기초체력과 대외 건전성을 강조하고, 정부의 대응과 정책 기조를 전달하기 위해 국제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소통의 하나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을 국제금융협력대사로 임명했다.
올해 초 ‘해외 한국경제설명회’를 개최해 한국 경제에 대한 지지와 신뢰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제·금융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신속한 안정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침체한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인센티브 강화와 함께 저성과 기업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절차 개선도 착수한다.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고, 직전 3년 평균 대비 주주환원(배당·자사주소각)을 5% 이상 늘린 상장사에 대해서는 법인세 5%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한다. 직전 3년 평균 대비 주주환원금액이 증가한 법인세 세액공제 대상 기업의 개인주주에 대해서는 저율 분리과세가 가능하도록 추진한다.
현재 금융소득(이자 및 배당)이 연 2000만 원 이하면 14%, 이를 넘으면 최대 45% 과세하는데 이를 9%, 최대 25%로 줄일 계획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 한도는 연 2000만 원(총 1억 원)에서 4000만 원(총 2억 원)으로 올리고, 비과세 한도도 200만 원(서민형 400만 원)에서 500만 원(1000만 원)으로 상향한다.
통상환경 불확실 대응···수출 다변화 전방위 지원
정부는 미국 신정부 대응을 위해 민관 역량을 모아 상호호혜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대내적으로는 대외관계장관 간담회를 통해 미 신정부 출범 관련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해 범정부 합동으로 대비할 계획이다. 산업·통상·경제 안보 등 분야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 정책 시나리오와 영향을 분석하고 행동계획(액션플랜)을 마련한다.
우리 기업의 통상 애로 해소와 기회요인 활용을 지원하기 위한 과제를 발굴하고 추가 지원방안도 마련한다. 대외적으로는 다각적인 소통 채널을 바탕으로 한·미 협력관계 심화한다. 미 신정부 내각과 조속한 협력채널을 구축하고 미 의회·주정부 등과 긴밀히 소통해 상호호혜적 협력 확대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민간의 대외협력 역량을 활용해 실질 협력 확대 방안도 모색하고, 미·중 경쟁과 보호무역주의 심화에 선제 대비할 계획이다. 통상 환경 불확실성 확대에 대응해 글로벌 사우스 등으로 통상네트워크 확산과 고도화도 추진한다. 교역 환경 변화에도 우리 기업이 흔들림 없이 수출에 매진할 수 있게 수출 다변화와 수출 애로 해소에 지원을 강화한다.
수출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방위 지원을 위해 금융은 무역금융 역대 최대 360조 원 공급한다. 재정은 역대 최대 수출지원 예산(2조1000억 원→2조9000억 원)을 바탕으로 신수출사업을 육성하고 품목·지역 다변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수출 중소기업(수출·매출 비중 50% 이상)에 대한 법인세·부가세·세무조사 등 세정 지원 패키지를 올해까지 1년 연장한다.
반도체 등 맞춤 지원 강화
정부는 글로벌 산업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에 대한 맞춤 지원을 강화한다. 반도체에 14조 원 이상 정책금융을 공급하고, 무역금융을 360조 원으로 확대한다. 미국 신행정부 출범,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인한 기업 부담을 완화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 개척도 추진한다.
반도체는 세계적인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생태계 지원 가속화에 나선다. 이를 위해 반도체특별법 제정을 지원하고, 기반 시설과 연구개발 등에 대해 추가 재정·세제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1조 8000억 원에 달하는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송전선로 지중화 비용 중 기업부담분의 50% 이상을 정부가 부담하고 특화단지 인프라 지원 한도도 500억 원에서 상향을 추진할 예정이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공제율은 5%p 상향한다. 반도체 업계의 금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최저 2%대 저리대출을 4조2500억 원 지원하는 등 올해 14조 원 이상의 정책금융을 공급할 방침이다.
전력, 용수, 도로 등 클러스터 기반 시설 조성에도 나선다.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송·변전 설비계획에 반영하고, 용수 기본·실시설계 용역과 국도 45호선 확장 시공을 발주한다. 석유화학 산업의 사업 재편 체계도 구축한다. 지역경제 악화가 예상되면 올해 상반기 산업위기 선제 대응 지역을 지정한다. 사업재편 심사 기간은 120일에서 90일로 단축하고, 여수와 울산 등 주요 산단을 찾아 재편 절차와 인센티브에 대해 안내할 예정이다.
석화 업계 사업 재편 승인기업 대상 지주회사는 규제 유예 기간을 5년으로 연장하고 과세이연 기간도 선제 대응 지역에 한정해 5년 거치, 5년 분할로 연장한다. 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불확실성 대응을 위해 대미 통상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공급망 안전화 기반을 조성한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신시장 진출을 위한 정책금융 공급도 확대한다. 공급망 안정화 기금 등을 활용해 배터리 소재와 광물의 내재·다변화 기반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올해 기업의 투자 촉진을 위해 역대 최대 55조 원 규모의 시설자금을 투입한다. 또 투자 증가분에 대한 공제율을 상향하고 올해 한시적으로 중소·중견기업의 투자에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산업은행은 노후 기계 교체, 핵심기술 국산화 등 시설투자에 24조8000억 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한다. IBK기업은행도 중소·중견기업 공장 증설 등 설비투자 금융지원에 24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신용중소기업 자가사업장 신축, 신축, 공정자동화 등 특례 보증에 4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해양진흥공사는 노후 컨테이너 항만시설 현대화를 위해 5000억 원 규모의 ‘항만 스마트화 펀드’를 신규 조성할 계획이다. 투자 증가분에 대한 공제율을 중소(5→7%), 중견(10→12%)기업 모두 상향한다. 특히 중소, 중견기업의 신성장 산업 투자 증가분 공제율은 기존 6%, 12%에서 12%, 14%로 대폭 올린다. 국가전략기술에 인공지능(AI), 미래형 운송수단을 추가하고 지방 투자 촉진 보조금은 기업당 지원 한도를 현행 10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1~3차 투자 활성화 대책 중 올해 16개 현장 대기 프로젝트(35조3000억 원 규모)의 착공을 지원하고 상반기 중 4차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