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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테러와의 전쟁 선포 후 무엇이 달라졌나....프랑스
佛, 테러와의 전쟁 선포 후 무엇이 달라졌나....프랑스
  • 유지선 프랑스특파원
  • 승인 2025.01.2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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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리 에브도 테러 참사 10주년

 

프랑스에 있어 2025년은 샤를리 에브도 사건과 11월 13일 파리 테러가 발생한 지 1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10년간 프랑스 사회가 겪은 위기와 회복력, 변화를 성찰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테러와 전쟁을 선포한 후 10년, 프랑스의 사회경제적 풍경은 어떻게 변했을까.


샤를리 에브도 사건은 2015년 1월 7일 수요일 오전 11시 30분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dbo) 본사에 무장 괴한 2명이 난입해 일으킨 총기 난사 테러다. 이 사건으로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장과 만화가, 경비원 등 총 12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쳤다. 해당 사건은 알카에다와 ISIS의 공모로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11월 13일 금요일에는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과 마레 지구 등 시내 7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총기 난사, 인질극, 폭탄 테러가 벌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일었다. 이 사건으로 무고한 시민 130명이 사망했다.


2015년 테러는 그 잔혹성과 더불어 프랑스의 핵심 가치인 표현의 자유와 세속주의를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점에서 전례 없는 사건이었다. 정치 풍자·비판을 서슴지 않는 매체, 파리의 야간 문화를 즐기던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폭력은 프랑스 사회에 큰 연대를 불러일으켰다. 샤를리 에브도 사건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당하지 않겠다는 ‘나는 샤를리다’(Je suis Charlie)라는 구호를 탄생시켰다.

100명이 넘는 무고한 희생이 발생한 11월 테러 이후 프랑스의 가장 귀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한 구호로 파리 곳곳에는 ‘Fluctuat Nec Mergitur’라는 슬로건이 걸렸다. 이는 파리시(市)의 공식 문장에 등장하는 배와 라틴어 관용구 모토 ‘Fluctuat Nec Mergitur’를 차용한 것으로, ‘(파도에) 흔들릴지언정 (배는) 침몰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어떤 압박과 폭력에도 굴하지 않고 프랑스의 국시 ‘자유, 평등, 박애’(Liberté, Egalité, Fraternité)를 지키고 통찰하고자 하는 각오가 엿보인다.


초기의 단결된 분위기에도 일련의 사건들은 안보와 이민 등 프랑스 사회에서 이슬람의 위치에 대한 논쟁을 심화했다. 샤를리 에브도 사건 직후 프랑스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는 2017년 겨우 평시로 해제됐다. 그동안 비상사태 법안은 여러 차례 연장을 거듭했고, 감시 강화와 같은 대테러법이 공공정책의 중심이 됐다. 안전과 시민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국가의 고민을 반영했다. 강화된 감시 정책에 관해서는 인권 침해라는 우려에도 초창기에는 반발이 적었다. 이러한 강화된 보안 태세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쳤다.

▲경찰 주둔과 보안 지출 증가: 2015년부터 국가비상사태 해제까지 약 2년간 프랑스 전역에서 수많은 무장경찰과 군인이 배치됐다.
▲무슬림 커뮤니티와의 긴장된 관계: 무슬림을 자처한 테러범들로 인해 해당 종교에 대한 반발심이 심화하면서 종교 전체를 둘러싼 긴장이 이어갔다.
▲통합과 국가 정체성에 대한 지속적인 논쟁: 많은 이민족을 보유한 멜팅팟 국가임을 내세우던 프랑스였으나, 사회적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수면 위로 올라온 이민, 인종 문제로 또 한 번 논쟁이 됐다.
▲표현의 자유의 한계와 종교적 감수성에 대한 격렬한 토론: 프랑스에는 개인의 종교에 관한 권리 (프랑스어로 《laïcité》)가 매우 중요하며 종교적 감수성 역시 개인의 영역으로 존중받는다. 다만 무슬림을 자처하는 테러 집단과 정치 풍자 매체에의 직접적인 공격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의 경계에 대한 토론이 일었다.

다만 무슬림을 자처하는 테러 집단과 정치 풍자 매체에의 직접적인 공격과 테러의 후유증으로 프랑스 경제의 핵심인 관광 산업은 초기 몇 년 동안 침체를 겪었고, 안보 예산은 많이 증가했다. 수차례 연장된 국가비상사태로 사회적 피로감이 더해져 2016년부터는 인권 침해의 논제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정치적 담론은 더욱 양극화됐고, 극우 성향의 담론이 세력을 얻기 시작했다. 이는 사회적 분열, 노동 쟁의, 그리고 국가 정체성 논쟁이 강화되는 10년의 서막이 됐다.


2015년의 연속 테러, 2017년까지 이어진 국가비상사태,  올랑드 대통령의 좌파 집권의 퇴각에서 중도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의 취임까지 약 5년간 프랑스 사회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다. 여기에 또 한 번 닥친 큰 위기가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펜데믹의 영향으로 프랑스는 최근 몇 년간 정치·사회·경제적으로 느리지만, 급진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프랑스 의료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냈고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했으며 행정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증폭시켰다. 이러한 불만은 느린 경제 회복과 지속하는 노동 시장의 혼란으로 점차 심화했고, 2025년에도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2020년대 접어들며 프랑스의 정치·사회·문화적 풍경은 많은 변화를 맞았다. 2015년 테러 이후 프랑스는 유럽연합 내에서 테러와의 싸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으며 안보와 국가 정체성 문제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는 등 정치적 담론의 변화가 있었다. 문화적으로는 풍자의 전통과 변화하는 사회 규범 사이의 균형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 일부 언론 매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샤를리 에브도의 편집 방침에 대해 더 비판적이 됐으며 자기 검열과 그것이 표현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쟁이 증가하고 있다. 


밀레니얼과 Z세대가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출하고 정착하며 세대 갈등 또한 주요 사회적 현상으로 떠올랐다. 샤를리 에브도 사건과 팬데믹을 정통으로 겪은 청년 세대는 점차 보수적으로 변화하는 듯한 추세다. 한 통계에 따르면 25~34세 연령대의 71%가 풍자와 표현의 자유에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제한이 있어야 한다고 대답한 결과에 반해 ‘표현’ 자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현상도 관찰된다. 특히 팬데믹을 계기로 급부상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 (TikTok)의 인기로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가 점점 더 온라인 미디어에 자신을 드러내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시대가 됐다.


위와 같이 서술한 많은 위기에도 2024년 파리 올림픽은 국가에 자부심과 희망을 불어넣는 순간이었다. 이 대회는 프랑스가 글로벌 행사를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포용성과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정신을 촉진했다. 특히 교통과 주택 분야에 대한 인프라 투자는 국가 일부 지역을 재활성화하며 장기적인 혜택을 가져왔다. 또 새로운 시설을 건설하는 대신 현존하는 도시 내 시설을 십분 활용하는 운영 방식이 파리라는 도시를 알리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2024년 파리 올림픽은 국가적 자부심의 원천이었지만, 도시 개발 문제와 보안에 대한 우려도 부각했다. 올림픽 준비로 파리 일부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속해 저렴한 주택과 사회적 포용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다. 100년 만에 다시 유치하게 된 올림픽이라는 상징성,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전통적인 도시와 친환경을 결합한 운영 방식, 지금의 다문화적인 프랑스를 다분히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올림픽은 자국민들에게 긍정적인 바람을 불어넣었다.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9년 만에 프랑스의 강력한 유대와 회복력을 세계 무대에 알린 셈이다.


정치적으로 프랑스는 이민, 세속주의, 국가 정체성에 대한 더욱 양극화된 논쟁을 경험했다. 경제적으로는 높은 실업률과 경제 개혁의 필요성 등의 과제에 직면하면서도 유럽연합의 주요 국가로서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세계 무대에서 프랑스는 특히 기후 변화 정책과 유럽 통합 분야에서 계속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동맹 관계와 새롭게 부상하는 글로벌 역학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있어 과제에 직면해 있다. 프랑스가 테러 10주년을 되돌아보면서, 국가는 최근 역사를 형성해 온 안보, 자유, 정체성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계속해서 헤쳐나가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여정은 회복력을 보여줬지만, 불평등 해소와 변화하는 세계에서 단합된 비전 수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프랑스의 능력은 과거를 화해시키고 미래를 위한 비전을 구체화하는 데 달려 있다.

유지선 프랑스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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