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 사망보험금을 신탁재산으로 인정하면서
생명보험업계가 시장 선점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리치에서 자세히 소개한다.
보험금 청구권 신탁은 사망보험금을 활용한 신탁이다. 기존에는 사망보험금과 같은 보험금의 청구권은 신탁이 허용되지 않았다. 주로 퇴직연금이나 주식·채권과 같은 금전 재산을 중심으로 취급하던 신탁제도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보험금청구권신탁이 가능해졌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은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하며 수익자가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일반 사망보험금 3000만 원 이상 보험 계약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피보험자는 사망 전 신탁 계약을 하면서 수익자가 받게 될 사망보험금의 지급 방식, 금액, 시기 등을 수익자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 설계를 할 수 있다.
먼저 삼성생명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난 11월 12일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 출시 뒤 5일 동안 156건, 755억 원 규모 신탁계약을 했다. 건당 가입 금액은 평균 4억8000만 원 수준이다.
삼성생명은 고액 자산가뿐 아니라 일반 대중도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대적 소액인 사망보험금 3억 원 미만 구간에서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이 다수 체결됐다. 전체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 체결 건수 가운데 사망보험금 3억 원 미만 보험계약이 62%, 평균가입 금액은 1억2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사망 보험금 10억 원 초과 보험계약 가운데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을 체결한 건수는 전체의 15%, 평균 금액은 20억5000만 원이었다. 사망보험금 3억 원 미만인 고객이 체결한 신탁 계약을 살펴보면 피보험자 사망 뒤 장기적 경제 지원 설계는 적었다. 오히려 대학 졸업, 결혼 등 유가족에게 의미 있는 시점에 고인을 기억할 수 있는 용도로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설계가 많았다.
KB라이프생명은 지난 12월 3일 보험금청구권 신탁 특화 상품 첫 계약을 했다. KB라이프생명은 KB금융그룹 차원의 WM협업 모델을 기반으로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 최초로 KB국민은행, KB증권과 보험금청구권 신탁 판매 프로세스를 구축,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판매 프로세스는 보험상품 가입 시 니즈 파악, 은행과 증권사 고객 방문 신탁상품 상담, 보험금청구권 신탁계약 체결, 신탁 보험계약 관리와 사후 지급 등 네 단계다.
흥국생명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 ‘내가족안심상속종신보험’을 출시했다. 흥국생명은 상속·증여, 투자, 세무 등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보험금청구권신탁 태스크포스(TFT)를 구성하고 신상품 개발과 운영 관리, 마케팅을 하고 있다. 고객의 가입 문의에 응대할 수 있는 전용 전화상담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생명보험협회와 한국신탁학회은 지난 12월 13일 ‘생명보험금 청구권 신탁의 법적 과제’를 주제로 ‘한국신탁학회 동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신탁과 관련된 학계, 법조계, 업계의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해 지난 11월부터 시행된 생명보험금 청구권 신탁의 법적 과제와 신탁 관련 최근 판례를 논의했다.
이중기 신탁학회장은 “생명보험업권이 보험금청구권 신탁이란 제도를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보험금청구권 신탁뿐만 아니라 퇴직연금 신탁에 대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시점에서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활성화하고 생명보험회사의 종합자산관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틀을 갖추어야 한다”고 전했다.
생명보험회사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시작으로 신탁업에서 퇴직연금신탁, 종합재산신탁 등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 자산관리 업무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자 친화적 상품과 접근성 높은 판매채널을 기반으로 신탁시장에서 생명보험회사만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