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김포에는 2002년까지 요양병원을 제외하고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찾아볼 수 없던 의료 사각지대였다. 이러한 지역에 중환자를 케어할 의료기관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2022년 6월 이곳에 아너스힐병원 김포가 들어서면서 의료 사각지대 해소는 물론 시민 건강 증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올해 9월에는 아너스힐 시흥이 문을 열었다. 리치에서는 고령화시대를 맞아 선진화된 의료시스템에 대해 집중 조명해 봤다.
경기도 김포시와 시흥에 자리한 아너스힐병원은 최선의 치료를 고집하는 의료진과 고급화된 의 료 시설·환경, 온화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바탕으로 투 병 생활에 지치신 중증환자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 공하고 있다. 이곳은 ‘환자 단 한 분이라도 놓치지 말 자. 병원다운 병원이 되자’라는 생각으로 병원을 세웠 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어느 병동이든 대학 병 원급의 처치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 해서 병원에 있는 176개 전체 병상에 중환자실용 자 동 침대를 도입했다. 고압산소와 석션, 투석라인도 갖 췄다. 투석 환자가 투석실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없게 모든 병실에 투석 설비를 갖춰 침대 바로 옆에 서 투석할 수 있게 했다. 현재 아너스힐 김포는 이상 훈 원장, 아너스힐 시흥은 임호현 원장이 이끌고 있다.
“다음은 이상훈·임호현 병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Q 아너스힐 김포병원을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A 김포아너스힐병원은 지역 사회 내 자택에서 관리 가 어려운 만성 환자들의 치료를 목표로 2022년 6 월 개원했습니다. 현재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체 계가 망가져 있지만, 이전부터 1차(의원)-2차(중소 병원 및 종합병원)-3차(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로 이어지는 의료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나아가 환자들의 선호에 따라 소위 대학병원이라 고 하는 상급종합병원에 의료가 집중됨에 따라 급 성기 치료를 마친 이후의 치료가 연계되지 않는 상 황이 국내 의료의 허점이었습니다. 만성질환이 장기간 유병하는 경우 다양한 문제점 으로 자택이나 요양원 등에서 돌봄이 어렵습니다.
구체적으로 ▲전반 신체기능이 떨어지며 장기간 여 러 항생제를 사용함에 따라 발생하는 내성균으로 격리와 감염 관리가 필요한 환자 ▲폐렴·심부전과 같은 합병증으로 갑작스럽게 패혈성쇼크와 호흡부 전 등이 발생해 인공호흡장치 치료가 필요한 중환 자 ▲신기능 저하로 지속해서 투석 치료가 필요한 환자 ▲기저 만성질환의 불안정한 상태로 수시 약 물치료의 변경이 필요한 환자 등입니다. 이런 환자들은 대학병원이나 의원에서 병원의 운영이나 시설 부 족 등의 문제 로 수용이 어려워 국내 의료에서 소외당하고 있어 김포 지역사회에서 더 나아가 사회 전반에 도움이 되고자 소위 기피과라고 이야기하는 필수 의료에 몸담고자 하는 내과, 외과, 가정의학과 전문의 여러 선생님이 뜻을 모아 개원했습니다. (임상훈 원장)
A 급성기 치료 후 보존적 치료와 회복이 필요한 환자 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3차 병원에서 급성기 치료가 끝난 뒤 퇴원하는 환자들의 장기 요 양이 필요한데, 이분들이 갈 수 있는 병원이 제한 된 것이 현실입니다.
1차 의료기관(요양병원)에서 는 중증 환자 (투석·인공호흡기·중심정맥관·제한 항생제·내성균 관리) 관리가 어려운 현실을 깨닫 고, 위와 같은 관리가 가능한 1차 의료 기관을 설 립했습니다. 언제든 입·퇴원이 가능하면서도 중환 자 케어가 가능합니다.
특히 투석이나 중증케어가 필요한 분들도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대학 병원급의 중환자실 시설을 전 병상에 적용했습니 다. CRE·VRE 등 격리균 감염 환자들을 위한 격리 병상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경기권의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개원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동일 기준으로 확장할 예 정입니다. 현재 시흥과 안산에는 재활·요양 병원이 많지만, 중증·격리를 전담해 운영하는 병원은 없습 니다. 이런 환자들이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설계 단계부터 그에 맞는 최상의 설비와 인력을 갖추고 개원하게 됐 습니다. (임호현 원장)
Q 아너스힐병원만의 특 성화 전략은 무엇입 니까? 또 여러협력병원과 진료 협력을 하게 된 계기는?
A 아너스힐병원 김포는 우선 전 병실이 격리실로 허 가받아 철저한 감염 관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 응급상황 발생 시 최대한 빠른 처치가 환자 경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에 전 병실에서 즉각적 으로 인공호흡장치, 투석 치료가 가능하도록 설비 를 갖추었습니다.
일반적인 병동에서 3교대 간호 는 잦은 인수-인계와 손바뀜이 발생하며 이에 환 자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에 전 병동에 서는 2교대 간호를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종합병 원이 아닌 일반병원 특성상 중증 환자를 위한 인공 호흡, 투석 장치 등을 갖추었음에도 뇌경색, 암, 위 장관 출혈 등에 대해 더 자세한 검사나 처리를 위 한 CT, MRI, 내시경 등의 장비가 부재합니다.
하지만 조속한 처치를 시행할 수 있게 인근 및 수도 권 내 대학병원·종합병원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 지하고 있으며 협력병원 내 응급실을 통해 이를 보 완하고 있습니다. (이상훈 원장)
A 중환자 관리가 가능한 1차 의료기관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투석, 인공호흡기, 중심정맥관, 기관내 삽관, 제한항생제 사용, 내성균 관리 등 요양병원 이나 재활병원에서 관리하기 어려운 환자들이 대 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퇴원 후 치료의 연속성 을 가지고 케어받을 수 있게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임호현 원장)
Q 고령의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므로 힘든 점도 많을 것 같은데요.
A 본원에서 보게 되는 고령의 만성, 중증 환자들이 아니더라도 소위 기피과라고 이야기하는 필수 의 료에 해당하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흉부 외과를 전문으로 해당과 진료에 몸담고 계시는 많 은 선생님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환자들의 상 태가 때를 두고 변하지 않기 때문에 야간 근무를 피하기 어렵고 생활권이 병원을 벗어나기가 어려 운 실정입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3D 업종 기피 현상이 나타나듯이 의료분야에서도 이미 15년 전 쯤부터는 필수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눈에 띄게 나 타났습니다.
하지만 해당과에 대한 처우가 전혀 나 아지지 않으며 더불어 올해 의정 갈등까지 발생함 에 따라 기피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주치의 선생님도 사람이다 보니 체력적인 부담이 한계를 넘어서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될 수도 있 고, 이는 환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결국, 인력 부족 해결이 우선돼야 환자들의 안녕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환자들의 안녕이 저를 포함한 뜻을 같이하는 선생님들의 낙이기 때문에 그 외에 크게 바라는 점은 없습니다. (이상훈 원장)
A 인간의 생애는 신생아에서 어른, 다시 신생아로 돌 아가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부모님이 우리 기 저귀를 갈아주고 이유식을 먹이던 것과 같이 자식 된 마음으로 신생아로 돌아간 부모님을 섬기는 마 음으로 케어해드리고 있습니다. (임호현 원장)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현재는 김포아너스힐병원을 시작으로 시흥아너스 힐병원 개원까지 작은 지역사회에서 뜻을 펼치기 위한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 지역 내 수많은 의원, 여러 특성화병원과 대학병원이 자 리 잡은 상황에 갈 곳 없는 고령, 만성, 감염관리, 중증에 해당하는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병원들 이 생길 때까지 힘쓰고자 합니다. (이상훈 원장)
A 중환·투석·격리 관리가 가능한 저희 같은 병원이 전국적으로도 별로 없습니다. 이 때문에 3차 병원 이나 대학병원에서 급성기 치료가 끝난 뒤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가시는 데 어려움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각 지역에 병원을 확장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치료가 필요한 환자분들이 어려움 없이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임호현 원장)
Q 원장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병원다운 병원 실현은?
A 우리 의료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수많은 선생님은 환자의 질병에만 초점을 두고 진료하다 보니 환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노인 환자의 특성상 대부분 질환은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며 고도의 장비를 이용함에 따라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를 모두 감당 가능한 가정은 많지 않습니다. 또 상황에 따라 근본 해결이 불가함에도 이를 해결 가능하다는 전제로 환자, 보호자의 신념과 가치관은 무시되기도 합니다. ‘연명의료제도’라는 도구를 이용해 이를 보완하고자 하지만 법이라는 것이 종종 족쇄가 됩니다. 환자의 생명과 관련된 일이기에 법적인 문제를 항상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보니 의미 없이 고통스러운 생명 연장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환자뿐만 아니고 보호자들은 가정이 파괴되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좋을지는 모르겠으나 모두가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랍니다. (이상훈 원장)
Q 원장님의 생활신조는 무엇입니까?
A ‘함께 잘 먹고 잘살자’입니다. 현대에 이르러서 많은 부분이 중요한 시대가 됐지만, 여전히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의식주가 가장 기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의료인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뿐만 아니라 환자를 포함한 주변 사람의 건강을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기타 환경이 어떻다고 한들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합니다. 병원 특성상 주로 고령의 노인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니 여러 질환으로 본인 스스로가 식사도, 일상 활동도 하지 못한 채 누워 지내는 모습을 많이 접하게 됩니다. 환자분들과 보호자들이 항상 양이 많지는 않더라도 입으로 식사하고, 휠체어 거동이라도 하기를 바랍니다.
저 또한 나이가 들어 이별을 준비하는 시기가 오게 될 텐데 직전까지 스스로 식사하고 조금이라도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분이 균형 잡힌 식단과 생활로 오랫동안 건강하게 먹고 건강하게 지내자는 의미로써 함께 잘 먹고 잘살며 한 번뿐인 삶을 충분히 즐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상훈 원장)
A 세 사람이 길을 걸으면 그중에 한 명은 나의 스승이다. 인생은 배움의 연속입니다. 제 주변의 모든 사람과 모든 상황에서 항상 배울 점을 찾고 깨우쳐 나가고 있습니다. (임호현 원장)
Q 원장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병원다운 병원 실현은?
A 환자, 보호자, 의료진 모두가 만족하는 병원입니다. 환자에게는 최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 보호자에게는 환자의 치료를 걱정 없이 맡길 수 있는 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에게는 제대로 된 좋은 병원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보람으로 일할 수 있 는 병원이었으면 합니다. (임호현 원장)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대한민국 의료계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과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의 수가 눈에 띄게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현재 필수과에 종사하고자 하 는 선생님 대부분이 남들보다 못한 처우에서 사명 감으로 힘쓰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휴식·여가와 진 료에 집중할 수 있게 경제적 여건은 마련이 돼야 필수 의료는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 의료 가 한계에 다다른 상태에서 올해 발생한 의정 갈등 과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방안은 필수 의료를 무너 뜨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의료인이 아 닌 국민의 시선에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습 니다. 하지만 의료라는 것이 1+1=2와 같이 간단한 논리로 해석하고 개선 가능한 영역이 아닙니다. 정 부 의료 관련 고위 관계자들은 대부분이 임상이라 고 하는 환자 진료와 동떨어진 분야에 있거나 임상 에서 떠난 지 오래된 분들입니다.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부터 필수 의료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하므 로 국민의 충분한 이해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다 고 봅니다. 정부에서 필수 의료에 종사하는 전문가 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 모두가 이해하고 감당 가능한 절충점이 마련돼 대한민국 의료가 지금처럼 전 세계의 모범 사례가 되 기를 바랍니다. (이상훈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