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9 08:50 (목)
공원의 폭주 기관차 ‘러닝 크루’...한주현 변호사
공원의 폭주 기관차 ‘러닝 크루’...한주현 변호사
  • 한주현 변호사
  • 승인 2024.11.01 1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원 이용자 배려 러닝 생활 만들어야”

 

수험생활을 하면서 불어난 체중을 관리하기 위해 일주일에 두세 번씩 조깅과 러닝을 반복한 지 꽤 됐다. 헬스장에서 트레드밀 위에서 달리는 것은 마치 쳇바퀴를 돌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날이 선선해진 틈을 타 안양천에 나가는 것이 일상이 됐다. 기분 좋게 달리면서 요즈음 많이 보이는 운동 형태가 있다. 바로 여러 명이 모여서 달리는 ‘러닝 크루’다. 필자와 같은 내향인 MBTI로 치면 대문자 ‘I’들은 쉽사리 끼기 어렵지만, 뭐든지 함께 하는 문화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러닝 또한 친목과 사교의 장으로 기능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모이고 규칙이 없으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러닝 크루 또한 예외가 아니다. 러닝 크루는 현재 공원 공간 곳곳에서 다른 공원 이용객들과 분쟁을 겪고 있다. ‘일렬횡대’로 트랙을 점유하고 뛰면서 다른 이용객과 부딪히거나 진로를 방해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앞에 달려가는 1인 러너에게 비키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예삿일이 됐다. 음악을 크게 틀고 달리기도 하거나, 달리면서 마신 생수통을 아무 데나 버리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다른 공원 이용자들을 무작정 다중의 위력(?)으로 비키게 하는 등 일부인지 대부분일지 모를 ‘무개념’ 러닝  크루로 많은 사람의 눈살이 찌푸려지고 있다.

현재 지자체들은 러닝 크루의 활동을 예의주시하며 행정적으로 제한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서울 송파구에서는 최근 석촌 호수 산책로에 ‘3인 이상 러닝 자제’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설치했다. 서울 서초구에서는 반포종합운동장 내 5명 이상 단체 달리기를 제한하는 ‘러닝 트랙 이용 규칙’을 신설해 시행했다. 경기 화성시 동탄호수공원에서는 극단적인 대책으로 ‘러닝 크루 출입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이제 ‘러닝 크루 행위’가 불러일으킬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알아보고, 상호 배려와 규칙 준수의 정신으로 1인 러너든 러닝 크루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식에 고민해 보겠다.

◇ 도시공원·녹지 등에 관한 법률(공원녹지법) 관련 규정

공원녹지법 제49조에는 도시공원 및 녹지를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적용되는 일반적 금지규정이 있다. 그중 제1항은 열거적으로 금지되는 행위를 정하고 있는데, 제3호 규정에서는 ‘심한 소음 또는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하고 있다. 제6호는 ‘그밖에 도시공원 또는 녹지의 관리에 현저한 장애가 되는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제6호 사유를 규정하는 공원녹지법 시행령 제50조 제2호에서는 ‘오물 또는 폐기물을 지정된 장소 외의 장소에 버리는 행위’를 금지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살펴보면 러닝 크루가 발생시키는 소음이나 다른 러너들에게 일방적으로 비키라고 강요하는 행위, 혹은 생수병을 투척하는 행위 등이 공원녹지법에서 정하는 금지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이는 같은 법 제56조 제2항 소정의 규정에 따라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다.

◇ 지방자치단체 조례의 관련 규정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시공원에 관련된 사항을 규율하는 ‘지방자치단체 도시공원 조례’에도 금지 행위와 관련된 규정이 존재한다. 예컨대 수원시 도시공원조례 제26조 제1호와 같이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크다고 판단하는 경우’ 시장은 그 공원 사용신청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이는 유료 사용에 해당하기는 하나 조례로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를 제한하는 규정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 제언

‘러닝 크루’는 개인의 건강 증진과 사회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를 동시에 채울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그러나 현재 러닝 크루는 10명 이상이 위협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아, 이른바 형사법상 ‘다중의 위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일 때도 부지기수다. 모든 시민이 공유해서 이용하는 공원인 만큼, 법률뿐만 아니라 상식의 영역에서 공원을 사용하는 모든 이용자를 배려해 기분 좋은 러닝 생활을 만들어가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