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의 불볕더위가 무섭게 지칠 줄 모르게 달아오를 때 중앙아시아로 여행을 떠났다. 매년 겨울방학에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할 때마다 레스토랑에서 맛있게 마셨던 페리(Peri) 와인이었다. 우즈베키스탄 최고품격의 페리(Peri) 와인을 생산하는 바기자간 와이너리(Bagizagan Winery)를 방문하고자 연락했지만, 겨울철에는 폭설, 일요일에는 개장하지 않은 관계로 방문 기회가 없었다.
8월 중순인 우즈베키스탄의 여름은 무더위가 어느 정도 견딜만했다.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한 기후로 야외 활동이 매우 좋았다. 수도 타슈켄트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2시간 거리에 있는 사마르칸트에 도착해 25㎞ 거리에 있는 타이라크 마을(Taylyak District)까지 택시로 40분 걸려서 바기자간 와이너리에 도착했다. 큰 부지에 공장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지만, 지하의 양조시설, 와인 셀러, 시음장을 둘러보면서 유럽 스타일의 전통적인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양조 책임자가 직접 안내해 주었고, 창업자이면서 CEO인 카지모프가 함께 와인 테이스팅을 하면서 즐겁게 지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고대부터 포도를 재배해 왔다. 이 지역의 포도 재배에 대한 언급은 율법서 아베스타(Avesta)에서 찾을 수 있다. 알렉산더 대왕의 군대가 중앙아시아에 도착하면서 포도 재배 문화가 이 땅에 뿌리를 내렸다. 와인의 역사는 3세기에 시작됐는데 척박한 땅, 비가 적은 대륙성의 사막성 기후, 큰 일교차, 톈산산맥에서 내려오는 풍부한 빙하수가 최적의 떼루아로 와인 산업에 이바지했다. 우즈베키스탄에 포도 수확과 와인 생산을 상업적으로 도입한 것은 19세기 후반으로 차르 러시아가 정복하면서 시작됐다.
1867년 상인 페르부신이 타슈켄트에 첫 번째 와이너리를 열었다. 그 뒤를 이어 1868년 기업가 필라토프가 사마르칸트에 와인생산을 시작했다. 바기자간 와이너리는 5세대가 자라프산 강 계곡(Zarafshan River Valley)에서 대대로 포도 농사를 주업으로 했던 조상의 업적을 기리고자 했다.
1964년 카지모프 형제는 국영기업인 사마르칸트 와이너리에 코브렌코의 브랜드로 포도를 공급했고, 유통했다. 1993년 우즈베키스탄이 러시아로 독립하면서 사마르칸트 와이너리는 민영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1994년 바기자간 와이너리(Bagizagan Winery)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와인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포도 수급이 문제가 됐다. 2003년 400헥타르 토지를 임대해 자체 포도밭을 만들고, 2007년 첫 빈티지 와인을 생산했다.
2009년 코냑 스타일의 브랜디를 생산하면서 매우 인기를 끌었다. 조지아 브랜디 스타일의 차차(Chacha)도 생산하면서 브랜드의 명성을 높였다. 처음 창업할 당시 12명의 직원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700명의 직원이 매년 7000톤의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하며 매달 50만 병의 와인을 출고시키는 대규모 와이너리로 성장했다. 2015년에 현대적인 양조 설비를 갖추면서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며 소련 독립 국가인 CIS 국가, 태국, 중국, 일본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바기자간 와이너리는 다양한 포도 품종을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있다. 주요 품종은 유럽 국제 포도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샤르도네, 조지아의 토착 포도 품종인 르카치텔리(Rkatsiteli), 쿨진스키(Kuldzhinsky), 바얀 시레이(Bayan Shirey)다. 2000년 재배한 메를로, 샤르도네는 프랑스의 포도 재배 전문가, 양조가가 포도 재배부터 양조까지 전 과정의 기술 전수했기에 고품질의 와인생산이 가능해졌고, 와인 품평회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다.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지만, 그중에 사페라비(Saperavi), 메를로, 샤르도네, 르카치텔리(Rkatsiteli) 와인, 블렌딩 와인이 많은 와인 애호가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바기자간 와이너리는 최근에 사마르칸트를 찾아오는 관광객이 다양한 바기자간 와인을 편하게 테이스팅하고 와인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사마르칸트 기차역 근처에 테마 부티크 바기자간 호텔(Bagizagan Hotel)을 열었다. 이 호텔은 와인 셀러, 레스토랑, 편안한 숙박 객실을 갖추고 있다.
바기자간 와이너리는 사마르칸트에 관광온 여행객들에게 와인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필자도 와인 투어와 시음 비용으로 48달러를 냈다. 시음한 와인은 다양한 화이트, 로제, 레드 와인의 6종, 유혹적인 브랜디 3종, 그리고 와인 안주로 다양한 종류의 치즈, 제철 과일, 견과류, 크래커를 담은 접시가 제공됐다. 직영하는 와인 솝에서는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와인을 판매하고 있었다.
필자는 9종의 와인을 시음했다. 그중에 페리 리저브 카베르네 소비뇽 2020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최고의 빈티지 와인으로 칼러는 검은색이 감도는 짙은 레드 빛깔이다. 아로마는 블랙베리, 블랙 딸기, 담배, 캐러멜, 자두, 검은 체리, 후추 등이다. 마셔보니 프랑스 보르도 스타일을 느낄 수가 있다. 부드러우면서 가볍고 활기찬 신선한 과일 풍미, 가벼운 산도와 실키한 타닌의 질감, 긴 여운이 있고, 균형감이 좋았다. 음식과 조화는 양고기구이, 불고기, 양념 갈빗살 숯불구이, 돼지고기 삼겹살 구이, 오리고기 등이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