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여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6월 말 국제적으로 한국와인을 알리고, 수상한 충북 영동에 있는 산막와이너리를 찾았다. 충북 영동역에서 자동차로 7분 거리에 있는 산막 와이너리는 백두대간 민주지산에 숨어있는 계곡 품속에 안겨 있었다.
아주 젊고 발랄하게 느껴지는 와이너리 건물이 매우 친근감이 들며 내부로 들어가면 낡은 피아노가 놓여 있고, 벽에는 예술적인 그림들이 줄줄이 걸려 있어 예술이 넘치는 갤러리 겸용 와이너리로 품격이 느껴진다. 밖으로 나오니 테라스를 겸한 무대, 앞뒤로 둘러싼 포도밭이 너무 아름답다.
한국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는 충북 영동, 경북 영천, 경기도 안산 대부도, 그리고 무주, 김천, 안동, 철원 등으로 약 140개의 와이너리가 한국 와인을 생산한다.
우리나라를 금수강산이라고 했으며 춘하추동이 뚜렷한 4계절의 기후를 가진 떼루아는 큰 복 중의 하나이고, 특히 한국의 여름은 습하면서 무더위, 장마가 한국의 포도나무 재배에 걸림돌이 됐지만, 비가림 하우스로 극복해 가는 지혜가 있다. 여름휴가를 떠나는 계절에 한국의 독특한 떼루아로 자연 친화적인 한국 토착 포도, 국제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양조한 산막와이너리의 청수 유기농 와인을 마시면 무더위가 사라진다.
국내외적으로 유명한 와인 품평대회에서 많은 상을 받은 산막 와인은 국제적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스클링으로부터 87점을 받았고,
2021년 ‘파리 와인컵’에서 실버 상, 2021년 ‘런던 와인 컴피티션’에서 실버 상, 2019~2021년 ‘한국와인대상’에서 골드 상과 다이아몬드 상, 2022년‘아시아 와인 트로피’에서 골드 상을 받는 등 한국와인의 품질 수준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산막 와이너리의 역사는 매우 짧지만, 한국 와인산업에 혜성처럼 떠올랐다. 2009년 서양화가였던 안성분 여사는 남편 김정환씨와 함께 우연히 충북 영동의 산골짜기를 지나가다가 계곡에 매료돼 생각할 여유도 없이 땅을 샀다.
그리고 화실을 만들고 조용히 그림을 그리며 살면서 주변의 밭을 하나, 둘 매입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포도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2015년 산막 와이너리를 설립하기 전까지 안성분 부부는 6년 동안 와인 양조의 모험 여정과 함께 열정적으로 와인 양조 교육과 실습으로 경험을 축적하면서 노하우를 쌓았다.
와인 속에 예술의 혼을 불어넣고자 노력했으며 와이너리 시설 투자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다른 와이너리와 차별화를 위해 고집스러운 면도 많았다. 2018년 서울에서 음악을 하는 딸 김영과 자동차 일하는 사위 윤영준을 귀농시켜 와인 양조 교육,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독려하면서 가족형 와이너리로 거듭났다.
딸 김영을 프랑스로 유학 보내 프랑스 전통 와인 양조 기술을 배우고,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의 유명한 와인 산지를 다니면서 와인 양조의 마케팅 경험을 쌓도록 했다. 사위 윤영준은 포도농사, 양조가를 담당하게 했다. 젊은 부부는 어려운 일에 부딪히면 와인 한잔을 마시면서 피아노와 기타를 치면서 미래를 준비하며 어려운 일을 받아들이고 했다.
충북 영동은 경북 영천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와인산지로 유명하다. 한국 100대 명산 중의 하나인 백두대간 민주지산 골짜기 해발 200m 산막골에 자리한 산막 와이너리의 포도밭은 시원한 계곡의 바람과 맑고 뜨거운 햇볕이 오래 머물러 일조량이 많아 큰 일교차가 있어 산도, 당도가 좋은 포도를 생산하고, 경사진 포도밭과 물 빠짐이 좋고 광물이 풍부한 토양은 포도 재배에 이상적인 환경으로 미네랄이 많이 함유된 색이 진한 포도를 수확한다.
그리고 토양에는 천연 점토광물인 일라이트(illite)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포도, 산머루에 풍부한 미네랄 성분이 있어 마시면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와인으로 인식됐다.
총 6개의 밭에서 6종의 포도(청수·산머루·샤르도네·카베르네 소비뇽 등)를 재배하고 다양한 와인을 생산한다. 자연 친화적인 산막 와이너리는 오염원이 전혀 없으므로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 등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 지속 가능한 유기농 농법을 지향하므로 포도의 개성이 그대로 와인에 표현되고, 복합미가 어울리는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한다. 산막 와이너리의 모든 라벨은 와인의 개성을 살리고자 안성분 대표이사가 심혈을 기울여 그린 미술작품만으로 사용해 제작한다.
산막 와이너리는 한국의 로버트 몬다비(Robert Gerald Mondavi)처럼 다양한 와인 투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직접 재배한 포도를 손 수확해 보는 체험부터 포도밭 투어, 종류별 와인 테이스팅, 포도밭에서 즐기는 바비큐와 와인 페어링, 김영 부부가 직접 연주하는 라이브 음악 공연과 함께하는 와인과 미니콘서트, 와인을 주제로 한 캔버스 위에 추억의 그림 그리기, 나만의 와인 만들기 등을 예약제로 운영해 찾아오는 와인 애호가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산막 와이너리는 모든 와인 양조을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발효하고, 최소 12개월 이상 스테인리스, 오크 통에서 병행 숙성한다. 특히 와인 품질 관리를 위해 모든 생산 과정을 축적된 수집된 데이트에 의한 과학적인 양조 방법은 물론 특히 위생 관리에 집중하고, 와인 애호가들이 찾아오는 와이너리를 고집한다.
필자는 8개의 와인을 시음했다. 그중 ‘라라 청수 네추럴 화이트 와인 2023’과 ‘비원 2021’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라라 청수 네추럴 화이트 와인 2023’는 한국 토착 포도 품종 청수로 만든 와인으로 컬러는 아주 연한 노란색을 띠고, 아로마는 청사과, 복숭아, 망고, 레몬, 시트러스 향이 난다. 마셔보면 신선하고 푸릇한 맛이 온몸에 번진다. 복합적인 섬세한 맛과 레몬 계통의 풍미, 산미가 두드러진 이름다운 균형감, 긴 여운이 인상적이다.
음식과 조화는 해산물, 스시, 생선회, 채소 샐러드 등을 추천한다. ‘비원 2021’은 캠벨 얼리와 산머루를 약 8대 2로 블렌딩했다. 색상은 아름다운 진한 루비, 아로마는 붉은 베리, 체리, 제비꽃, 화이트 후추, 허브, 바닐라, 커피, 초콜릿 향이 난다. 마셔보면 산도, 타닌, 알코올의 균형 잡힌 맛, 긴 여운이 매우 매력적이다. 음식과 조화는 한우 스테이크, 숯불 갈비구이, 양고기, 파스타, 페퍼 스테이크 등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