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너리 투어는 늘 행복하지만, 때로는 어려운 환경에 직면하기도 하고, 감동할
때도 있다. 오후에 마라니 와이너리(Marani Winery)를 방문하고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5시가 훌쩍 넘었다. 조지아 카헤티(Kakheti) 와인 산지 중의 하나인 바지수바니(Vazisubani: 조지아어로 포도나무 산지) 마을에 있는 바르디아슈빌리 패밀리 와이너리(Vardiashvili Family Winery Ltd)까지 2시간 정도 가야 하는 시간이었다.
약속 시간인 오후 6시가 지나면서 점점 어둠이 몰려왔다. 오후 7시가 되니 칠흑 같은 어두운 밤에 아름다운 별들이 하늘에 수놓은 듯이 아름다웠다. 비포장도로로 10분 정도를 가니 포도밭 사이로 작은 마을에 농가가 나타났다.
헤드라이트를 켜고 조심조심 발자국을 남기면서 바르디아슈빌리 패밀리 와이너리에 도착하니 가족들의 환영하는 모습이 얼굴에서 읽을 수가 있었다. 피곤한 시간과 몸이 사라지고 정말 잘 방문했다는 감동의 느낌이 왔다.
순박하고 해맑은 바르디아슈빌리 가족들이 동양에서 온 손님이 귀하게 생각한 것인지 모두 부끄러워했다. 그중에 가족 와이너리를 책임지고 있는 막내가 와이너리의 시설을 보여주면서 설명했다. 작은 규모의 전통적인 크베브리(Qvevri) 양조시설, 숙성과 저장시설이 전형적인 가족와이너리였다.
2018년 창립한 전통적인 가족형 와이너리는 짧은 역사 속에서 8000년의 조지아 와인 역사를 담고자 노력해 왔다. ‘바르디아슈빌리(Vardiashvili)’의 단어는 카헤티(Kakheti)의 바지수바니(Vazisubani) 마을에 거주하는 와인 양조자이자 포도 재배가 가족의 성으로 조지아어로 장미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즉 ‘Vardi’(장미)+‘Shvili’(아들)의 합성어다. 전통적으로 바르디아슈빌리 가족은 집 마당에 많은 장미를 심었고, 조상 대대로 바르디아슈빌리 포도밭의 모든 포도나무 줄 꼭대기에 항상 장미 한 송이를 심었기 때문에 마을 전체가 장미꽃을 마을의 상징처럼 심었고, 가족은 물론 마을 공동체 간에 사랑으로 살아왔다.
장미의 꽃말은 ‘애정’, ‘사랑의 사자’, ‘행복한 사랑’이듯이 예수님의 ‘와인 사랑’을 실천하는 종교적인 의미를 담았다고 생각했다. 장미는 바르디아슈빌리 패밀리 와이너리의 와인생산 과정에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통을 존중하는 뜻에서 바르디아슈빌리, 즉 장미의 아들로 정한 단순한 이유였다. 앞마당에 장미가 많은 이유를 알게 됐다. 5월에 왔으면 더욱더 아름다운 장미를 보면서 와인 시음을 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카헤티(Kakheti)의 바지수바니(Vazisubani) 마을은 2개의 와인 양조 마이크로 존(PDO)인 무쿠자니(Mukuzani)와 바지수바니(Vazisubani)가 양대 축으로 구성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있다. 무쿠자니 마이크로 존의 특별한 떼루아는 사페라비(Saperavi) 흑포도가 잘 재배돼 고품질의 레드 드라이 와인이 생산되며 바지수바니 마이크로 존의 독특한 떼루아는 르카츠텔리(Rkatsiteli) 청포도가 잘 재배돼 고품격의 앰버 와인(Amber Wine: 일명 오렌지 와인) 중의 드라이 앰버 와인으로 유명하다.
바르디아슈빌리 패밀리 와이너리의 가족은 1980년부터 40년 동안 조지아의 고대 전통 방식을 사용해 사페라비(Saperavi), 르카츠텔리(Rkatsiteli) 포도 품종으로 크베브리(Qvevri)와 캐스크(Cask) 와인을 생산해 왔다.
40년 동안 포도밭 관리와 와인 양조에 관한 특별한 열정, 전통적인 와인 양조 방법과 현대적인 양조 기술의 지속적인 개선, 품질과 맛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 경험의 축적을 쌓았다. 2018년 3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하게 됐고, 2018년 자신의 브랜드로 오크통을 사용한 사페라비(Saperavi) 레드 와인, 전통적인 크베브리(Qvevri)를 사용한 르카츠텔리(Rkatsiteli) 앰버와인을 출시했다.
바르디아슈빌리 패밀리 와이너리의 가족은 자신의 와인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국내외 품평화에 출품해 ‘Saperavi Qvevri Vardiashvili 2019’는 ‘International Qvevri Wine Competition’에서 동메달 받았다. ‘Saperavi Qvevri Vardiashvili 2020’는 ‘International Wine Award Competition’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필자는 간단한 저녁 식사 겸 6종류의 와인을 시음했는데 어두운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히 떠 있는 가정집의 테라스에서 분위기 있게 즐길 수가 있었다.
첫째, 르카츠텔리 2021은 크베브리 오렌지 와인으로 색상은 오렌지다. 아로마는 오렌지 껍질, 견과류, 캐러멜 등의 향이 나며, 마셔보니 우아하고, 미네랄티한 맛이 일품이었다. 아주 깨끗하고 우아한 보디감, 산도가 좋고, 균형감이 탁월했다. 음식과 조화는 파스타, 닭고기, 오리고기, 돼지고기 BBQ 등을 추천한다.
둘째, 르카츠텔리 2022는 크베브리 오렌지 와인으로 색상은 오렌지다. 아로마는 오렌지 껍질, 귤껍질, 흰 꽃, 캐러멜 향이 나며 마셔보니 캐러멜 풍미가 올라오고, 타닌이 살짝 느껴진다. 중간 보디감과 더불어 균형이 좋았다. 음식과 조화는 파스타, 닭고기, 오리고기, 족발 등을 추천한다.
셋째, 르카츠텔리 2022는 치난달리(Tsinandali) 지역에서 수확한 포도로 양조했다. 크베브리와 프랑스 뉴오크 통에 6개월간 숙성한 와인으로 색상은 오렌지다. 아로마는 귤껍질, 흰꽃, 바닐라, 우디, 초콜릿 등의 향이 난다. 마셔보니 특히 산도가 매우 매력적이고, 타닌이 조금 나타난다. 쓴맛이 매력적이고, 균형감도 좋았다. 음식과 조화는 생선찜, 닭고기 샐러드, 오리고기, 돼지고기 BBQ 등을 추천한다.
넷째, 사페라비 2021은 유독 돌멩이가 많은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20일 스킨 컨택(Skin contact)한 와인이다. 색상은 블랙 레드다. 아로마는 레드 베리, 요드, 사향, 고양이 오줌, 흙 향이 난다. 마셔보니 우아하고, 타닌이 살짝 덮치고, 산도가 미세하게 좋다. 균형감이 매우 좋았다. 음식과 조화는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 양고기구이, 양념 오리고기, 돼지고기 BBQ 등을 추천한다.
다섯째, 사페라비 2022는 크베브리에서 발효하고 6개월 오크 숙성한 와인으로 색상은 블랙 레드다. 아로마는 흙, 요도, 고양이 오줌, 블랙베리 향이 난다. 마셔보니 스파이시한 풍미로 입안에 꽉 찬 느낌의 타닌, 약간의 산도, 균형감 탁월했지만, 타닌의 수렴성이 남아있는 리치한 와인이었다. 음식과 조화는 쇠고기 양념 갈빗살 숯불구이, 양고기구이, 쇠고기 등심 스테이크, 육회 등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사페라비 2021은 크베브리에서 발효하고 9개월 오크 숙성한 프리미엄 드러이 레드 와인이다. 색상은 블랙 레드다. 아로마는 블랙베리, 후추, 체리, 요도, 바닐라, 우디, 초콜릿, 바닐라 향이 난다. 마셔보니 검은 과실의 풍미, 우아한 산도, 리치한 티닌의 수렴성과 더불어 균형감이 아주 탁월하다. 유니크한 와인이라고 표현하고 싶었다. 음식과 조화는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 양고기구이, 쇠고기 등심 스테이크, 불고기 등을 추천한다.